아 역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힘이든 일이구나. 익숙해지는 것 역시 힘든 일인가. 작가인 윌리엄 골딩은 해군에서 근무하였고,(전쟁에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또한 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다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추악한 치부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이 소설에서 낱낱이 드러내어 보인다. 치부를 들킨 사람이 느낄만한 수치심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수치심 때문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무인도에 어린 소년들이 표류하게 된다. 영국 소년들이다.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부터 또 다른 어딘가로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없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고작 만 열두살정도? 우리나이로 하면 14, 13살. 중학교 1학년정도의 아이가 가장 나이가 많다. 그(랠프)는 소라를 분다. 아이들이 몰려온다. 꽤 많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의 소년들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성가대원들도 있다. 그들은 봉화를 피워서 구조를 요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연기피우기는 쉽지않고, 재밌지도 않다. 잭이라는 아이는 성가대원이다. 그는 봉화피우기를 맡았지만 사냥도 맡았다. 그는 맷돼지를 죽였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맷돼지를 잡을 수 있는지 안다. 사냥은 재밌고, 고기는 달다. 봉화피우기는 어렵다. 얼굴에 칠을 한다. 창도 만든다. 사냥을 한다. 오랑캐가 된다. 사이먼이 죽는다. 돼지도 죽는다.

  이 소설에서 제일 압권인 부분은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랠프를 죽이려고, 창의 양쪽을 깎고 랠프의 머리를 달아서 짐승에게 바치기 위해, 아이들은 숲에 불을 놓고 랠프에게 창을 겨누면서 달려온다. 랠프는 아이들과 제일 처음 만났던 모래사장으로 달려간다. 그는 이제 아이들이 무섭다. 그의 앞에 흰 제복을 입은 해군 장교가 서 있다. 그는 이 놀라운 광경을 앞에두고 어찌할지를 모른다. 랠프와 그를 쫓던 아이들은 수치심에 꺼이꺼이 눈물을 흘린다.

  오히려 어른들이었다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조금이나마) 늦춰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곧 우리에겐 원래부터 사악한 근성들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닌가?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 섬의 생활이 곧 세계대전을 뜻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이런 추악한 면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슬픈지. 하지만 우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이 소설은 정말로 훌륭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작가와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돼지는 화가 치밀었다.

「난 소라를 들고 있어. 내 말을 들어봐! 제일 먼저 우리가 했어야 할 일은 바닷가에 오두막을 짓는 거였다. 밤엔 바닷가가 굉장히 추웠어. 그런데도 랠프가 <봉화>라고 하자마자 고함을 치면서 이산으로 몰려들 왔어. 마치 어린애들처럼 말이야!」

어느 사이에 소년들은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순서를 가려서 중요한 일도 하지 않고, 또 온당한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구조받기를 기대할 수 가 있겠어?」

돼지야, 너 참 말 잘하는구나…

p.s.  이 책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번역부분이었다. 도대체 화강암 고대는 무엇이란 말인가? 오만한 분홍색 능보(堡)는 뭐지? 번역하신 유종호씨는 아마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쯤 되셨을 것 같다.(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서 역자를 소개하는 부분이 찟겨나가 버렸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도저히 섬의 모습이 그려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 책을 두 번이나 시도하였다가 실패하였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민음사 책이라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군. 다음에는 좀 더 현실감 있는 번역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니면 직접 원서를 읽어볼 생각이다

2006/12/27 12:56 작성

One response to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1. […]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근데 페이지 넘기는 느낌이 없으니 잘 안보게되어 팽개쳐 두고 있었다. 도서관에 신작으로 이 작품이 들어왔길래 대출해서 침대 옆에 두고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래픽 노블이어서 그런지 술술 넘어갔고 내가 소설로 읽을때 몰랐던 부분들도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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